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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건축 이야기]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 논란과 기적 사이, 숨겨진 건축의 비밀과 비하인드 스토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경 사진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건축사 아빠 [대한건아] 입니다.

 

 서울 동대문을 걷다 보면, 낡은 상가와 번화한 도심 한가운데 매끄러운 은빛을 뽐내며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건축물과 마주치게 됩니다.

 

 처음 이 건물이 지어졌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동대문에 웬 우주선이 불시착했냐", "주변 경관과 너무 안 어울린다"는 엇갈린 평가가 쏟아졌죠.

 건축을 오랜 시간 업으로 삼아온 전문가의 시선에서 볼 때,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한국 현대 건축사에 유례없는 기념비적 작품이자, 숱한 진통 끝에 탄생한 문제작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거대한 '은빛 우주선' 속에 숨겨진 건축가의 치밀한 설계 의도부터, 국내 건축계의 거센 반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경이로운 기술력, 그리고 막대한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공사비 폭등의 이유까지, DDP의 건축 스토리를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곡선의 여왕 '자하 하디드', '비정형 건축'을 동대문에 심다

 DDP를 설계한 사람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여성 최초로 수상한 고(故) 자하 하디드(Zaha Hadid)입니다.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직선을 배제하고 유기적인 곡선을 사용하는 '비정형 건축(Non-standard Architecture)'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이러한 성향의 건축가가 2007년 설계 공모전에 당선될 당시 내세운 콘셉트는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이었습니다.

 네모 반듯한 상자 형태의 건물에서 벗어나, 건축물이 물 흐르듯 주변 공원과 연결되며 하나의 '인공 지형'이 되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지붕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되고, 벽이 자연스럽게 천장으로 이어지는 이 유려한 곡선은 시민들이 건물을 가로막힌 장벽으로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려는 배려였습니다.

 

2. 설계 공모 당시의 거센 반발 : "동대문의 역사성을 지웠다?"

 하지만 DDP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2007년 국제 지명초청 설계경기 당시, 자하 하디드의 안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자 국내 건축계와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반대의 핵심 이유는 '장소성(Placeness)과 역사성의 부재'였습니다.

 DDP가 들어설 자리는 1925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후, 고교야구의 성지이자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였던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국내 건축가들은 자하 하디드의 설계가 동대문이라는 땅이 가진 깊은 역사적 맥락과 주변 도심의 스케일을 철저히 무시한 채, 그저 자신의 조형적 욕심만 채운 '거대한 외계 불시착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건축물이 땅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땅을 덮어버렸다는 지적이었죠.

 

3. 땅을 파자 쏟아진 역사 : 공사비 2배 폭등과 설계 변경의 진실

 건축계의 우려가 씨가 되었던 것일까요?

 기존 운동장을 허물고 땅을 파 내려가던 중, 건설 현장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땅속에서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성곽(이간수문)과 군사 시설이었던 하도감 터 등 엄청난 문화재가 고스란히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건축을 전면 취소하고 유적을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고, 공사는 중단되었습니다.

 결국 서울시와 자하 하디드 측은 큰 결단을 내립니다.

 설계 도면을 전면 수정하여, 땅속에서 발굴된 한양도성 성곽과 유구들을 건물 밖으로 노출시키고 공원의 일부로 편입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발굴 및 보존 작업, 두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설계 변경, 그리고 비정형 외장 패널과 거대 철골 구조의 시공 난이도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사업 기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원래 2010년 완공 목표였던 DDP는 2014년에야 문을 열 수 있었고, 초기 예상 공사비였던 약 2,274억 원은 무려 4,840억 원으로 2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세금 먹는 하마'라는 혹독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입니다.

 

4. 4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 한계를 깬 한국의 기술력

DDP 알루미늄 패널 설명 사진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개되었지만, 시공 역시 '지옥의 난이도'였습니다.

 DDP 외벽을 45,133장의 은빛 알루미늄 패널이 덮고 있는데, 이 중에 단 한 장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건물 전체가 자유 곡선이다 보니, 표면을 덮는 패널들도 휘어지는 각도와 크기가 모두 달라야 했습니다.

 당시 "한국 기술로는 절대 지을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선박을 만들 때 쓰는 3차원 철판 성형 기술을 건축에 응용하고, 국내 최초로 BIM(3차원 건축정보모델링)이라는 최첨단 기법을 전면 도입해 모든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종이 위의 상상에 불과했던 자하 하디드의 비정형 건축을, 한국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기술로 오차 없이 훌륭하게 현실에 구현해 내었습니다.

 

5. 기둥이 사라진 내부, 마법 같은 공간의 비밀 '메가트러스'

DDP 기둥이 사라진 내부 설명 사진

 

 DDP 내부에 위치한 아트홀이나 전시관에 들어가면 무언가 허전하면서도 압도적인 개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축구장 3배 크기의 거대한 건물 내부에 지붕을 받치는 '기둥'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무거운 지붕을 기둥 없이 버티게 한 일등 공신은 '메가트러스(Mega-Truss)'와 '스페이스 프레임(Space Frame)' 공법입니다.

 건물의 뼈대를 교량에 쓰일 법한 거대한 강철 그물망으로 엮어 하중을 분산시킨 것입니다.

 시야를 가리는 기둥이 사라진 덕분에, DDP 내부는 서울패션위크와 같은 대형 행사 기획자들에게 어떤 제약도 없는 무한한 캔버스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 맺음말 ] 시간의 세례를 받으며 완성되어 가는 풍경

 역사성 훼손 논란, 발굴된 문화재, 설계 변경과 막대한 공사비 증액.

 DDP가 태어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험난했던 과정 덕분에, DDP는 가장 미래적인 우주선의 형태 아래 조선시대의 성곽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세계 어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과거와 미래의 극적인 공존을 이루어냈습니다.

 건축의 진짜 가치는 건물이 완공된 순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시간이 어떻게 쌓여가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불시착 우주선은 이제 서울 시민들의 일상에 완전히 녹아들며 진정한 '동대문의 풍경'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동대문을 방문하신다면, 4만 5천 개의 각기 다른 패널, 건물 아래 보존된 성곽, 그 치열했던 건축적 진통의 역사를 떠올리며 새로운 시선으로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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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시각과 해석을 바탕으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건축적 특징과 공간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자 또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측의 공식적인 설명 및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